땅의 기초가 흔들릴 때 (시편 82편 1~8절)
[아삽의 시] (1) 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에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 (2) 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셀라) (3)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4)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지니라 하시는도다 (5)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6) 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7) 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 (8)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
1.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포청천’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이마에는 초승달 문양을 가진 포청천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재판관으로 나옵니다.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포청천의 우렁찬 목소리는 한 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포청천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공의로운 판결을 했기 때문입니다. 법을 어기고 범죄에 연루된 이들이 귀족이든, 심지어 황실의 인척들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고 단호하게 형을 집행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catharsis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국민주권의 시대에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은 힘과 재력이 있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때가 많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사법개혁을 외치는 것을 보면 오늘 시대에도 공정한 재판이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2. 오늘 시편 82편은 재판장 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1절을 읽겠습니다. ‘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서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 여기서 ‘신(神)들’이란 하나님 외의 여러 다양한 신들을 뜻한다기보다는 당시 각 나라와 민족에 소위 ‘신’이라 불린 왕이나 통치자를 의미합니다. 고대의 왕들은 신의 대리인으로 ‘신의 아들’로 불리며 자신들의 권위를 세웠습니다. 애굽 왕 ‘바로’나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자신을 위해 신상을 만들고 숭배하게 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힘과 권위를 공의로운 일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백성들에게 군림하기 위해 그 힘을 사용했습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이렇게 꾸짖습니다. 시편 82편 2~4절을 읽겠습니다. ‘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지니라 하시는도다’
3. 그들이 지은 죄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불공평한 판단’ 곧 ‘불의한 재판’입니다. 그들은 힘 있는 악인들의 낯은 봐주고, 정작 보호해야 할 가난한 자, 고아, 고난에 처한 자들은 외면했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의 대리인이요 신의 아들로 자기 자신들을 높였지만, 하나님처럼 공의롭게 행하지 않았습니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편 82편 5절에 이들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십시오.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시편의 저자는 불의한 통치자들의 분별력 없는 행동을 ‘어둠 속에 헤매는 것’으로 묘사하고, 그 결과로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린다’라고 말합니다.
4. 여러분,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린다’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2017년 11월 15일에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백여 명 정도의 부상자가 있었을 뿐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지진으로 대학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살던 지역에도 지진의 여파가 있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땅이 흔들릴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강한 지진도 아니었지만, 땅이 흔들리는 짧은 순간 나란 존재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5절에서 말하는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린다’라는 말씀은 지진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님의 통치 원리인 공평과 정의가 무너지게 될 때 찾아오는 혼란과 무질서를 말합니다.
5.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피해자인데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재판을 받는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분명 상대방이 잘못한 건데 판사가 불공평한 재판을 내려 무죄한 사람이 감옥에 가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바로 이것이 땅의 기초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입니다. 하나님은 불의한 재판과 불공정한 행동으로 땅의 기초를 흔들리게 하는 사람들을 꾸짖습니다. 시편 82편 7절을 보십시오. ‘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 너희가 스스로 신의 대리인이라고 지존자(至尊者)의 아들이라고 으스대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보통 사람처럼 죽을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8절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가 이 세상에 신속이 이뤄지길 소망하며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8절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
6. 오늘 시편 82편 말씀을 우리 삶에 적용하면 두 가지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공의로운 통치를 온전히 이루시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 밖에는 없습니다. 나라마다 공정한 세상,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을 온전히 이루기 어렵습니다. 나름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여전히 인종차별과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정한 공정과 정의가 세워지려면 먼저 자기희생과 헌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완성하신 분은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예수님은 친히 약하고 가난한 자를 돌보시고 살리기 위해 종의 모양으로 낮아지셨습니다.
7. 둘째, 공의로운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도 삶에서 공평과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오늘 시편 말씀은 남들을 재판하거나 지도하는 자리에 있는 통치자들에 대한 경고로 우리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예수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며, 거룩한 백성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보다 연약한 자를 살피고, 궁핍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억울한 자들의 편에 서서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때 하나님은 일어나서 우리를 도우시고, 정의가 물 같이,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실 줄 믿습니다(아모스 5장 24절). 아멘.
기도문)) 하나님, 불의한 통치자들로 인해 종종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땅의 기초가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에도 우리의 영원한 반석 되시는 주님을 의지하게 하옵소서. 삶이 힘들어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공평과 정의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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